1984년 조지 오웰을 풍자하는 멋진 광고와 함께 세상에 첫 선을 보인 매킨토시를 만든 사람들이 folklore.org 사이트에 회고 형식으로 올린 글들을 모아 엮은 책.

1980년대로 접어들며 컴퓨터 산업은 어느새 골수 매니아들의 취미용 장난감을 넘어 GUI로 무장한 본격 대중 컴퓨터의 탄생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최초의 GUI 개념은 그보다 앞서 수년 전에 제록스의 팔로알토 연구소에서 프로토타입 형식으로 만들어진 바 있지만, 실험실의 값비싼 전용 워크스테이션이 아닌 대량생산 하드웨어에서 그 개념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수많은 문제들이 있었다.

애플 시리즈로 재미를 본 애플 컴퓨터사는 이 어려운 과업을 수행하기 위한 금전적 여유와 사업적 동기를 모두 가지고 있었다. 애플 컴퓨터사는 강력한 성능의 업무용 데스크탑을 목표로 하는 리사 프로젝트와 사용하기 쉬우면서 성능을 양보하지 않는 보급형 컴퓨터를 목표로 하는 매킨토시 프로젝트라는 두가지 지향을 가지고 제록스에서 처음 열매를 맺은 아이디어를 실현하고자 했다. 결과적으로는 회사로부터 더 많은 지원과 기대를 받았던 리사 프로젝트는 판매 저조와 함께 맥이 끊겼고, 매킨토시는 본격적으로 그래픽 기반 컴퓨팅의 시대를 열어제끼며 이후에 등장할 컴퓨터 UI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오늘날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OSX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컴퓨터 역사의 관점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당시의 제한된 조건 하에서 불가능해보이는 과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해커들이 찾은 ‘절묘한 기술적 해법’일 것이다. 당시에도 해킹을 경계하는 분위기, 즉 비정상적이고, 예외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임시변통의 절묘한 기술적 해법을 경원시 하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오늘날과 같이 시스템/응용 계층이 확연하게 분리되지 않았던 시절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작업해야 했던 사람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을 것이다.

오늘날에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당대 상황에 대한 묘사 못지 않게, 세월이 흘렀어도 변하지 않는 개발 문화와 관련해서는 많은 공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휴일 구분도 없는 장시간의 강행군, 계속 지연되는 일정, 업그레이드와 유지 보수의 문제는 시대를 초월하는 문제이고, 현재 우리가 대적해야 할 문제들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있어 귀중한 단서가 된다.

스티브 잡스의 복귀와 함께 화려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애플의 제품 개발 방식이 확립되던 시절이니만큼 애플의 독특한 작업 문화에 대한 짤막한 스케치들도 관심있게 볼만한 대목이다. 매킨토시 프로젝트의 리더로써 산업 디자인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히피 문화로부터 이어지는 반항가 기질이 합쳐져, 일종의 산업 예술을 실천하고자 했던 잡스의 독특한 미학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은 이 책이 갖는 또다른 미덕일 것이다. 앤디 워홀의 The Factory가 예술 작품 제작에 산업 생산 방식을 차용한 것이라면, 매킨토시는 예술가의 정신으로 만든 산업 생산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당시 개발자들의 작업 대상에 대한 열정은 매우 남달랐다.

매킨토시를 만든 것은 일반적인 산업 생산을 지배하는 거대한 관료 행정이 아니라, 인간의 순수한 열정,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절묘한 지적 노력이었다고 이 책은 말한다. 비록 매킨토시 출시 이후, 그리고 잡스의 퇴진과 함께 이러한 정신은 종말을 고했지만, 스티즈 워즈니악의 말마따나 ‘혁신의 규칙이 돈이 아니라 내면의 보상에 의해 이끌려지던 매우 좋았던 시절’에 대한 기억은 이 책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blog comments powered by Disq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