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알고 있듯, ‘한글’은 세종대왕이 창안한 문자 및 그 체계를 말하는 것으로 20세기초에 지금의 용어로 엄연하게 확립되었다.
요즘 FTA 협정문의 번역 오류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데, 세부적인 내용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여러 매체를 당당하게 점령한 ‘한글 번역’이란 표현이다. ‘한글 번역’이라니. 나는 ‘한자 번역’이라든가 ‘가나 번역’, ‘알파벳 번역’이란 말을 들어본 일이 없다. 도대체 한글이 무엇이길래 이런 용례가 허용될 수 있는 것일까. 아니, 허용되는 정도가 아니라 지배적 표현의 위치를 점할 수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한글화’나 ‘한글 번역’, 심지어는 ‘한글 어법’까지 잘못된 용례를 볼 때마다 상당히 눈에 거슬렸는데, 최근에는 아예 제대로 사용하는 예를 찾아보기가 더 힘든 지경이 되었다.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라는 명제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그만 포기하고 익숙해져야 하는데, 영 개운치가 않다.